퇴로 막힌 생활숙박시설 수분양자들
안녕하세요. 신참 공인중개사입니다.
오늘은 좀 무거운 주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관련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바로 생활숙박시설(생숙)에 관한 것입니다.
정부가 주거용으로 사용을 금지한 생활숙박시설이 올해 7,265실, 내년 4,975실 등 총 19개 단지 1만 2,240여 실의 생활숙박시설이 준공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오는 8월 강서구 마곡동에서 876실 규모의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인천에서는 오는 4월에 중구 신흥동에 1,267실 규모의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 스테이가, 6월에는 송도에 608실 규모의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 에디션' 등이 준공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도 준공이 이어지는데, 3월에 서구 암남동 '부산송도 유림스카이오션 더 퍼스트'(376실), 5월에 해운대구 우동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284실) 등을 비롯한 6개 단지의 준공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으며, 강원도 정선에도 올해 5월에 '대원칸타빌 정선'(1,190실)이 완공될 예정입니다.
다가오는 준공일자, 애타는 수분양자들
완공시기가 가까워지면 수분양자들은 각자의 사정에 맞춰 자금계획과 이사계획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현재 준공을 앞두고 있는 생숙들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시기에 분양된 것으로 분양 당시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며, 분양가도 낮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생숙 수분양자들은 크게 보면 세 가지 유형 중 하나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실거주를 위한 목적
2. 전세입자를 들인 후 향후 시세차익이 발생하면 매도할 목적
3. 분양권 매도에 따른 시세차익의 목적
실제로 숙박업을 운영하려고 분양받은 분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 목적으로 생숙을 분양받았던간에 현재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수분양자들은 분양받을 당시, 오피스텔처럼 생숙도 분양가의 60% 내외를 대출받어 잔금을 치르려는 계획을 가지신 분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분양 당시에는 이런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생숙에서의 주거금지 조치 이후, 주요 금융기관들이 생숙을 위험자산으로 보고 대출을 금지하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조치로 인해 잔금일자가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분양자들은 잔금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반 주택이라면, 대출이 어려우면 잔금시기에 맞춰서 전세를 놓거나 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주거가 불가능한 생숙은 이런 방식의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완공이 되면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수분양자들도 상당수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실정입니다.
부동산 보유자가 자금 조달이 어려울 때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바로 매각인데, 현재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침체되어 있는 상황으로 가장 현금화가 쉽다는 아파트조차도 거래량이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매도도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고, 설령 매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합니다.
실제로 완공이 가까워진 생숙의 해당 지역 부동산에는 상당수의 생숙 매물이 나와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대부분 마이너스 프리미엄입니다. 분양가가 높았던 일부 지역에서는 마이너스 1~2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의 상황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생숙을 구매하려는 매수자는 쉽게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기존 생숙 소유자들도 직면한 어려움
기존에 완공된 생숙의 소유자들도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생숙에서 주거하고 있는 소유자들은 이행강제금 조치의 대상이 됩니다. 현재는 이행강제금 부과가 유예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언제까지 계속 유예가 이어질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생숙을 비우고, 새로운 집을 구해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세를 놓을 수도 없고, 매도도 잘 이뤄지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세를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계약기간 종료 때 보증금을 반환해 줘야 하는데, 세입자를 추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온전히 반환할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퇴로조차 다 막혀버린 상황, 해결책은 없는지
지금 생숙 수분양자들 중 많은 분들이 패닉에 빠져 있습니다. 손해를 감수하고 팔려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고, 은행에서 대출도 안되고, 세를 놓을 수도 없습니다. 지금 사는 집을 팔아 잔금을 마련하더라도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들어갈 수도 없어서 말 그대로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상황입니다.
정부에서는 주거가 가능한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가능하게 해 주었지만, 현실적으로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해당 조치 이후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 비율이 약 1~2%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자료를 쉽게 찾을 만큼 해당 조치가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합니다.
그 원인으로는 소유주 100% 동의, 주차 등 시설기준 충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소유주가 많을수록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분양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1,000세대 생숙 수분양자 중 999세대 수분양자가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원한다고 해도 1명의 반대자가 있으면 용도변경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오피스텔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주차면수 확보 등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기에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부동산 카페나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본인이 알고 투자한 것이니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누가 생숙 분양받으라고 O들고 협박했냐?', '투기하려다가 망한 거니 도와줘서는 안 된다' 등의 부정적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분명 상품 자체에 '숙박시설'이라는 명칭이 들어가 있는 상품입니다. 생숙 분양 당시 대부분의 현장에서 '주거 가능'이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했습니다.
분양 당시, 생숙에서 주거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정부에서도 이에 대해 특별한 제재를 가하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수분양자들 역시 시행사의 '주거 가능'이라는 설명에 별다른 의심 없이 계약을 진행했던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할 때 '주거 가능'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주거를 목적으로 지어지는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생숙은 주거용으로 지어지는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의 변화에 따라 주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분야 당시에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약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수분양자들이 이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은 점을 탓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최소한의 퇴로를 열어줄 방법은 없는지
저 역시도 얼마 전, 제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 하나가 역전세와 거래 실종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다행시 현재는 해결이 된 상태지만, 정말 답답한 상황에 처해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 생숙 소유자분들이나 수분양자들이 겪고 있을 어려움에 비할 바는 아니겠습니다만 부동산으로 인한 어려움은 금액 단위가 큰 만큼 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생숙에서의 주거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는 유예 중인 상황입니다. 이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예정대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유예가 될 것인지, 혹은 새로운 탈출구를 만들어줄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만,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어느 정도의 탈출구는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를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경우든 투자에 따른 손실은 본인의 책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손해의 정도가 한 개인이 감내하기 어려울 만큼 크고, 손실을 본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경우 이는 사회적 문제로 번져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생숙 소유자나 수분양자들은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탈출구가 없는 상황입니다.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고서라도 해당 물건을 처분하려고 하지만, 과연 어떤 사람이 지금의 상황에서 생숙을 구입하려고 할까요? 처분이 어려워 이자를 내고서라도 잔금을 치르려고 하더라도 금융권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세입자 역시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요.
당시 생숙의 분양가를 고려해 볼 때 자금의 융통 없이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것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가진 모든 것을 처분하거나 해야만 겨우 잔금을 치를 수 있거나, 혹은 잔금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이 상당수임을 고려하면, 생숙 수분양자들은 결국 파산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입니다.
물론 제가 시원스럽게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퇴로를 만들 수 있도록 이행강제금의 액수를 낮춰준다든가, 오피스텔로의 전환 시 소유자 동의율을 현재의 100%에서 하향조정하는 등의 방법(단, 숙박업소 운영을 원하는 수분양자는 숙박업 운영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식)을 통해 파산으로 몰리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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