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세입자만 당한다? 집주인도 당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신참 공인중개사입니다.
전세사기 피해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것처럼 전세사기의 대부분은 집주인(임대인)이 세입자(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반환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전세사기 수법은 대부분 매매가격보다 높거나 같게끔 전세보증금이 설정된 경우에 발생합니다. 그래서 신축빌라 같은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려운 주택에서 자주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집주인도 전세사기에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아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물론 확률 상 집주인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서류들을 꼼꼼하게 보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집주인도 전세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
집주인이 전세사기를 당하는 경우는 거의 한 가지 경우입니다. 바로 세입자가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았을 경우인데요, 그래서 일부 집주인들의 경우 전세자금대출이 필요한 세입자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전세를 구할 때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전세자금 대출은 세입자가 전세계약을 하고 난 후, 은행에 부족한 금액에 대해 대출을 신청하고(보통 집값의 60% 한도), 심사 후, 잔금일에 은행에서 직접 집주인의 계좌에 입금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전세자금대출이 이루어지면 직접적인 채무자는 세입자이지만, 은행에서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데, 이것이 바로 '질권 설정'입니다. '질권'이란 채권자(은행)가 채무자(세입자) 등이 제공한 동산 또는 재산권에 대해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담보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은행에서는 전세자금대출 시, 세입자(채무자)와 은행 간에 '질권'을 설정한 후, 이에 대한 내용을 집주인(임대인)에게 '질권이 설정되었음을 통보'합니다.
저 역시도 은행으로부터 질권설정통지서를 받았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전세 계약 종료 시 집주인(임대인)은 임대보증금 전액을 임차인이 아닌 은행에 반환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임차보증금 전액을 대출받은 것이 아닌데, 전액을 은행에 반환해야 하는지 직접 은행에 문의도 했었고, 은행 측에서는 임차보증금 전액을 은행으로 반환하면, 그것을 임차인과 나눈다고 답변을 하더군요.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퇴거한다고 하여 세입자에게 일부 금액(보통 세입자가 나간다고 하면 집주인이 새로운 집을 구할 때 사용할 계약금을 일정 수준 돌려주는 관례가 있습니다.)을 줘도 괜찮냐고 은행에 확인을 했더니, 총보증금의 10%는 세입자에게 직접 돌려줘도 된다고 해서 일부 금액을 세입자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집주인을 울리는 전세사기의 유형
그러나 일부 집주인의 경우, 은행에서 온 질권설정통지서의 내용을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고, 계약 종료 시점에 세입자에게 직접 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세입자가 반환받은 보증금으로 본인이 받은 전세자금대출금을 잘 상환하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은 후 본인의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은행에서는 집주인에게 질권설정을 통지하였기 때문에, 세입자가 갚지 않은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집주인에게 갚을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한 노릇이겠지만, 민법 제352조의 규정과 대법원 판례(2015도5665)에 따르면 질권 설정자(집주인)는 질권자(은행)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전세보증금)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에게 온전히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었지만, 은행이 입은 피해액(대출 미변제액)까지 변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법은 법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자신과 관련되어 있는 법률은 반드시 잘 알아서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도 '법을 잘 몰랐다'는 호소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임대인의 위치에 서게 된다면, 이러한 내용들을 잘 알고 계셔야 하며, 특히 은행 등에서 온 우편물은 반드시 그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시고, 의문점이 있다면 임의대로 판단하지 마시고 반드시 우편물을 발송한 곳에 직접 확인하신 후 일을 처리하셔야 재산상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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